배변을 하고도 개운하지 않으면 “장에 숙변이 남아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대변에 세균이 많이 들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오래 머문 변을 ‘균형이 깨진 세균 덩어리’로 이해하기도 합니다. 잔변감과 대변 속 세균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먼저 대변의 구성과 배변 과정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대변의 절반 이상이 세균이라는 말

1980년 Stephen과 Cummings는 식사를 통제한 건강한 성인 9명의 대변을 분석했습니다. 연구진이 분리한 세균 성분은 대변 고형분의 평균 54.7%를 차지했습니다.[1] 고형분은 수분을 제외한 부분입니다. 따라서 이 수치를 수분을 포함한 대변 전체 무게의 비율로 이해하면 안 됩니다.

건강한 사람의 대변에도 세균이 상당량 포함된다는 점은 흥미롭습니다. 다만 소규모 연구의 평균값이고, 분리한 성분에는 세균 이외의 다당류가 일부 섞였을 가능성도 보고됐습니다. 누구에게나 같은 비율이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무엇보다 세균이 차지하는 무게만으로 유익균과 유해균의 비율이나 장내 미생물의 상태를 알 수는 없습니다. 이 수치를 근거로 숙변을 ‘균형이 깨진 세균 덩어리’라고 정의하기는 어렵습니다.

변비와 장내 미생물의 관계

변비와 장내 미생물의 관련성을 살핀 연구는 있습니다. 2016년 Parthasarathy 등은 만성 변비가 있는 여성 25명과 건강한 여성 25명의 대변 및 대장 점막 미생물을 비교했습니다.[2]

이 연구에서 대장 점막의 미생물 구성은 변비 여부와 관련이 있었습니다. 반면 대변의 미생물 구성은 변비 자체와 관련되지 않았습니다. 대변 미생물과 대장 통과 시간 사이의 관련성은 변비 여부, 나이, 체질량지수, 식사 등을 보정하기 전 분석에서 관찰됐습니다.

이는 미생물과 배변 기능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음을 보여 줍니다. 다만 관찰 연구만으로 미생물의 변화가 변비를 일으켰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장의 이동 속도와 식사가 미생물 구성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대변 검사에서 보이는 미생물 구성이 장 점막의 상태를 그대로 보여 주는 것도 아닙니다.

잔변감과 분변매복은 어떻게 다를까요?

일상에서 ‘숙변’이라는 말은 오래 머문 변이나 배변 후에도 남아 있는 듯한 느낌을 가리킬 때 쓰입니다. 진료에서는 이런 느낌을 구체적인 배변 증상으로 나누어 살펴봅니다.

일주일에 몇 번 배변하는지뿐 아니라 변이 딱딱하거나 건조한지, 힘을 많이 주어야 하는지, 배변이 어렵거나 아픈지, 덜 배출된 느낌이 있는지도 중요합니다. 매일 배변하더라도 배변이 어렵고 잔변감이 반복된다면 변비 증상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3] 다만 잔변감만으로 장 안에 특정한 대변 덩어리가 남아 있다고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실제로 굳고 마른 대변 덩어리가 직장에 걸려 배출되지 않는 상태는 ‘분변매복’이라고 합니다. 오래 변비가 있던 사람에게 묽은 변이 조금씩 새어 나오는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4] 이런 경우에는 단순한 설사로 여기기보다 진료를 통해 확인해야 합니다.

변비가 반복된다면 무엇을 살펴봐야 할까요?

변비에는 여러 원인이 있습니다. 대장에서 변의 이동이 느린 경우, 배변할 때 골반저와 항문 주변 근육이 잘 협응하지 못하는 경우, 복용 중인 약이나 다른 질환의 영향을 받는 경우 등이 있습니다. 배변 양상의 변화와 함께 복통이 반복된다면 변비형 과민성장증후군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증상이 비슷해 보여도 원인에 따라 필요한 치료가 달라집니다.[3][5]

평소에는 식이섬유를 서서히 늘리고, 섬유질 섭취를 늘릴 때 수분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규칙적으로 움직이고 변의를 미루지 않는 습관도 중요합니다. 심장이나 신장 질환 등으로 수분 섭취를 제한하고 있다면 담당 의료진의 지침을 따르세요. 생활 습관을 조절해도 증상이 지속되면 배변 양상과 복용 중인 약을 의료진과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배변 근육의 문제에는 바이오피드백 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는 등, 원인에 맞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5]

다음 증상은 미루지 말고 확인하세요

갑자기 심한 복통이 생기거나, 복부 경련과 함께 방귀와 대변이 모두 나오지 않거나, 변비에 구토가 동반된다면 즉시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특히 갑작스러운 변비와 복부 경련, 가스·대변 배출 중단이 함께 나타날 때는 완하제를 임의로 복용하지 말고 바로 의료진에게 연락하세요.[3][4]

혈변이나 직장 출혈, 이유 없는 체중 감소가 있는 경우에도 단순한 변비로 넘기지 말고 신속히 진료를 받으세요. 지속되는 복통도 진료가 필요합니다.[3]

배변 후의 불편함을 이해하려면 ‘숙변이 얼마나 쌓였을까’라는 걱정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변의 상태와 배변 과정을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장내 미생물은 장 건강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입니다. 하지만 변비를 설명하고 치료하려면 미생물뿐 아니라 장의 움직임, 배변 근육, 약물과 생활 습관까지 함께 보아야 합니다.

참고자료

  1. Stephen AM, Cummings JH. The microbial contribution to human faecal mass. J Med Microbiol. 1980;13(1):45–56. 공개 초록 확인.
  2. Parthasarathy G, et al. Relationship Between Microbiota of the Colonic Mucosa vs Feces and Symptoms, Colonic Transit, and Methane Production in Female Patients With Chronic Constipation. Gastroenterology. 2016;150(2):367–379.e1. 공개 초록 확인.
  3. NIDDK — Symptoms & Causes of Constipation
  4. MedlinePlus — Fecal impaction
  5. NIDDK — Treatment for Constipation

안내. 이 글은 일반적인 건강정보와 제도를 설명하기 위한 것으로, 개별 환자에 대한 진단이나 치료 권고가 아닙니다. 같은 증상이라도 원인과 필요한 처치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증상이 지속되거나 심해지면 가까운 의료기관에서 평가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제도와 기준은 변경될 수 있으므로 최신 내용은 전화로 확인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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